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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양철북

벤자민 페렌츠, 나디아 코마미 (지은이), 조연주 (옮긴이)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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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목차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의 마지막 생존 검사
벤자민 페렌츠가 우리 삶에 보내는 유쾌하고도 따뜻한 격려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한 시대의 지혜
한 세기를 경험한 벤자민 페렌츠가 놀라운 삶을 통해 깨달은 것들


2021년은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소가 종료된 지 75년 된 해였다. 매년 나치의 전당대회가 열렸던 뉘른베르크는 1945년부터 1948년까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쟁 범죄와 인류에 반하는 죄를 단죄했던 역사적 장소가 되었다. 총 열두 건의 재판이 진행되었고, 아홉 번째 재판은 나치의 학살부대였던 ‘아인자츠그루펜’ 부대원 스물두 명에 대한 기소가 진행되었다. 당시 스물일곱 살의 수석 검사였던 벤자민 페렌츠가 유대인들의 시신을 찾아내고, 증거 자료를 모아 진행된 재판이었다. 이후 그는 이스라엘과 서독 간 배상 협상에 참여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재산을 돌려주는 데 앞장섰으며, 이는 국제도덕의 역사적 이정표가 되었다. 뉘른베르크 법정 입구에는 “전쟁이 아닌 법(Law not war)”이라는 그의 슬로건이 적힌 흉상이 놓여 있다.

벤자민 페렌츠는 뉘른베르크의 교훈이 보다 인간적인 세상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그 희망에 평생을 바쳤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나아가 전쟁과 같은 힘의 지배가 공정한 법의 힘으로 바뀌도록 그가 쏟은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 누구보다 그 자신이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투에서 살아남았기에 전쟁이라는 것이 어떻게 무고한 사람들의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복수라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신념,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법의 보호 아래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따라왔고,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설립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등 현대사의 중요한 단계마다 최전선에 있었다. 그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끈기 있게 해왔다. 그리고 모두가 불가능하리라 했던 많은 일들이 눈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101살이 된 지금도 늙고 지쳤다고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죽을 시간조차 없다”는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니라 너무나 진심인 말이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가디언〉지 기자였던 나디아 코마미가 벤자민 페렌츠와 나눈 대화를 정리해 펴낸 책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벤자민 페렌츠의 삶을 따라가며 아홉 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꿈부터 환경, 원칙, 사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할 단순한 진리가 담긴 그의 이야기는 유쾌하고도 따뜻하다. 아무리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찾아내는 그의 태도가 그렇고, 무엇보다 그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끔찍한 공포를 목격했으면서도 희망을 믿는다. 그것이 지금껏 지치지 않고 변화를 모색해올 수 있었던 힘이었다.

우리가 진보라고 부르는 것,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들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너무나 조금씩, 느리게 이루어져서 그만 믿음을 놓아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진보는 현실이다. 한 세기를 경험한 벤자민 페렌츠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바로 그 긴 시간이 알게 해준 믿음이다.

목표가 의심스러워질 때, 꿈과 희망을 향해 고군분투하는데도
바다에서 제자리 헤엄을 치고 있는 것 같을 때
벤자민 페렌츠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용기와 희망


어쩌면 그의 삶은 이제 오래된 흑백영화에서나 볼 법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 트란실바니아에서 태어나, 미국 대공황 기간 동안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고, ‘헬스 키친’이라 불리는 뉴욕 맨해튼 우범 지구에서 범죄가 일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 책이라고는 읽어본 적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 겨우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돈을 벌며 하버드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자라온 환경 덕분에 그는 일찌감치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150센티미터 남짓한 작은 키 때문에 몸집이 큰 사람들에게 괴롭힘도 많이 당했지만, 그를 두 번 괴롭힌 사람은 없었다. 그는 스스로를 지켜낼 줄 알았다. 눈앞의 역경들에 불평하는 대신 그것을 기회로 삼으며 나아갔다. 전쟁 범죄에 대한 전문가가 거의 없던 시절에 차곡차곡 공부하며 자신의 시간을 기다렸고, 뉘른베르크 재판과 국제형사재판소 설립 등 수많은 불가능에 도전했다. 그 과정에서 온갖 위험에 맞닥뜨렸지만, 겁을 먹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을 운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유머와 긍정의 태도로 살아왔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것도 “키가 작아서 총알들이 머리 위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를 “겁 없는 페렌츠”라고 불렀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희망과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다 보면 바다에서 제자리 헤엄을 치고 있는 것만 같을 때가 있다. 자신의 꿈 앞에서, 도움을 줄 부모도 없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벼랑 위에서, 혹은 동료들은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거나 그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많은 환경 앞에서, 하다못해 새 직장에 지원하거나 산을 오르거나 몸을 만드는 크고 작은 일들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벤자민 페렌츠의 삶이 용기와 힘을 줄 것이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될 때, 믿음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 이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줄 것이다.

한 세기 동안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길고 험난한 과정에서 그는 한 가지를 배웠다. 포기하지 않으면,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말한다.

“포기하지 맙시다, 포기하지 맙시다, 절대, 포기하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코로나가 알려준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작은 행성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우리는 뉘른베르크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을까?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전쟁 범죄부터, 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민들을 쫓아내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사람을 죽이거나 교육을 못 받게 하거나, 특정 집단을 증오하거나… 일상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들 대對 우리’라는 접근 방식이 수많은 싸움과 전쟁을 낳고, 공정과 관용 같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가치와 이상 들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벤자민 페렌츠는 말한다. 우리가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야 한다고. 21세기에 20세기와 같은 사고방식과 가치관, 제도 들이 지속되도록 참아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좀 더 인간적인 세상을 위해 힘을 쏟기에는 내 삶만으로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정의나 세계 평화 같은 말들은 이제 개인의 욕망과 각자의 생존 앞에서 너무나 멀고 큰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작은 행성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결국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벤자민 페렌츠가 알려준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가 알려준 것 또한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듯이 말이다. 어떠한 역경에 처하더라도 인간 정신은 회복될 수 있다는 것, 출신이 어떻든 또 무슨 일을 하든 우리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것, 그렇게 연대할 때 우리는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벤자민 페렌츠는 배우게 되는 것이다.

“나는 점점 더 힘이 나는 기분이다. 여러분도 부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우리는 틀림없이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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